평생 세금 내고 모은 재산을 자식한테 주려니 또 세금을 내라고 합니다. 이 나쁜 상속세, 악마같은 이중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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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평생을 따라다니던 소득세는 착한 세금이고 자식한테 줄 때 붙는 상속세 및 증여세는 나쁜 세금일까?
상증세와 소득세가 모두 과세되는 것이 이중과세라서 문제라면 상속세 말고 소득세를 없애는 것도 역시 하나의 해결 방법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 국민투표를 통해 소득세와 상증세 중 하나를 폐지할 예정이라고 가정해보자. 어느 쪽에 투표하는 것이 유리할까?
이 통계는 개개인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보다 더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그 답을 보여준다. 개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국민적인 평균을 놓고 보면 소득세 납부액이 상속증여세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상속세와 증여세보다는 소득세를 없애는 것이 개개인에게 있어서도 평생의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 된다.
내친김에 집단지성이 위와 같은 이유로 소득세를 폐지시켰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그때부터 우리는 이제 소득세가 차지하던 30%가량의 세부담이 사라진 사회에 살게 될까?
여기서 이 질문의 의도를 안다면 아래의 내용은 사족이다.
세법은 진리가 아니다. 마치 자동차 엔진이 연료를 빨아들이듯 세법은 다만 국가가 사회로부터 예산을 조달하기 위한 매커니즘일 뿐이다.
동서고금을 놓고 보면 세금의 본질은 강제성에 있다. 그리고 이중과세금지니 조세법률주의니 하는 이론적 배경은 그저 현대적인 포장지에 불과하다.
우리 법원은 같은 세목이 아니라면 이중과세가 아니라고 하지만, 말장난이다. 세금이 모자라면 같은 세원에도 세목만 분리시켜서 더 걷으면 된다.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의 예를 보면 된다.
또 우리 세법은 국민의 대표가 정하도록 되어있지만 사실상 많은 부분을 정부에서 정한다. 양도세를 예로 들면 세법에는 비과세와 중과세라는 것이 있다는 내용까지만 써있고, 구체적인 요건은 막상 시행령에 다 있다. 이밖에 얼마나 많은 중요한 내용이 시행령에 있는지는 일일이 다 언급하기도 어렵다.
국가는 돈이 필요하므로 세법이라는 수단을 통해 돈을 걷을 뿐, 진리로서의 세법은 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세목의 존폐를 정하는 것은 번지르르한 세법이론이 아니라, 효율성이다. 어떻게 징수해야 가장 적은 비용으로 조세저항을 줄이고 최대한의 세금을 걷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자동차의 엔진이 얼마나 연비향상을 위해 발달해왔는지를 함께 생각해 보면 된다.
그래서 앞서 소득세가 사라지면 그만큼 세부담이 줄어든 사회에 살게 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그럴 리 없다.'이다.
그리고 언젠가 상속세가 나쁜 세금이라는 이유로 폐지된다면, 그것은 공백을 채우는 다른 세금이 이미 과세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